게임 속에서 금융상품 가입…KB메타버스 ‘KB금융타운’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지난 28일 오후 개인 메일함으로 초청 링크가 담긴 KB국민은행의 메일이 도착했다. 링크를 클릭하자 아바타 생성 화면이 떴다. RPG 게임을 하듯 익숙하게 아바타를 디자인한 후 하단에 'Join the Gathring' 버튼을 누르자 KB국민은행 로고가 새겨진 가상공간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박 기자, 게임 하는 거 아니야?” “은행 업무 보고 있는데요?”. KB금융타운 첫 화면은 ‘RPG 쯔꾸르’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
프라이빗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행원 '화상상담'
이곳은 이달 1일 오픈한 국민은행의 첫 메타버스 가상공간 'KB금융타운'이다. KB금융타운 어귀인 '만남의광장'에서 기술혁신플랫폼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기술혁신플랫폼부는 국민은행 내에서 신기술을 발굴하고 파일럿(기술검증)을 진행하는 부서다. KB금융타운도 금융과 메타버스의 활용 접점을 찾기 위해 만든 기술혁신플랫폼부의 실험 공간이다.
기술혁신플랫폼부 관계자는 "KB금융타운은 메인홀, 대강당, 게임고고, 재택센터, 지금 서 있는 만남의광장까지 5가지 맵으로 구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메인홀로 이동하자 '대기공간' 문구가 써진 넓은 공간이 보였다. 대기공간을 거쳐 직원들 안내에 따라 은행이라고 써진 사무실 공간에 들어섰다. 사무실 밖에 있는 직원들의 소리는 차단되면서 사무실 내부에 있는 사람들끼리 프라이빗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기술혁신플랫폼부 관계자는 "이곳은 행원이 고객과 화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은행 창구"라면서 "고객은 앞선 대기공간에서 기다리며 마련된 게임 콘텐츠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 창구 가상공간에서 노란 불빛을 내는 서류 앞에서 'x'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뜬 'KB모바일브랜치' 서비스. KB모바일브랜치를 통해 화상상담을 하면서 비대면 상품 가입 진행이 가능하다. 출처=KB금융타운 화면 갈무리
가상 책상에 놓여진 서류 앞에 서자 서류가 노란 불빛이 나며 'x'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말풍선이 떴다. x 모양 버튼을 누르자 KB모바일브랜치 화면으로 연결됐다. 화상대화는 여전히 가능했다. KB모바일브랜치는 앱 설치나 인증서 없이 비대면으로 예·적금, 대출, 카드 등의 상품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다. 비대면 거래와 상품가입이 급증하면서 현재 국민은행은 KB모바일브랜치 추가 고도화에 나섰다.
최영배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은 "모바일 브랜치를 통한 비대면 상품가입과 화상상담이 가능하며, 향후 외부서비스 연동이 가능해지면 추가적인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실험으로 얻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메인홀 남서쪽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위한 '홍보채용상담관', 외부기업과의 협업을 위한 '테크 데스크'가 들어서 있었다. 특히 테크 데스크는 'KB 인사이트' 지점의 가상공간이다.
KB 인사이트 지점은 실제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 자리한 스타트업과의 디지털 혁신 강화를 위한 국민은행의 소통 허브다. KB 인사이트 지점은 은 외부 스타트업의 기술·서비스 제안서를 접수하고 이를 국민은행 내 담당 부서와 연결해 제안서 제출기업이 30일 내 검토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방기석 KB 인사이트 지점장은 "국민은행과 협업을 원하는 IT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이 가상공간에서 KB금융의 기술 관련 협업과 프로젝트를 같이 소통하고 운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고고'에서 놀고, '재택센터'에서 일하고
재택센터 모습. 테크그룹 5개 부서의 구성원을 위한 개인 사무공간이 마련돼 있다. 출처=KB금융타운 화면 갈무리
메인홀이 은행 창구 내방자, 취준생, 협업사 직원 등 외부 고객을 위한 공간이라면, 재택센터는 국민은행의 내부 직원을 위한 메타버스 실험 장소다.
현재 재택센터에는 국민은행 테크그룹 5개 부서의 구성원을 위한 공간을 테스트 운영 중이다. 각 직원은 칸막이가 쳐진 개별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또한 메인홀의 은행 창구 공간처럼 각 칸막이 밖의 소음은 차단되며 개인 사무공간에 들어온 직원들끼리만의 소통이 가능하다.
대강당 모습. 강당 위쪽에 발표자 자리에 서면 '확성기' 기능이 활성화 된다. 확성기 기능이 활성화되면 공간 내 전체 이용자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다. 대강당에는 스크린 쉐어 기능이 탑재돼 있어 개별 발표나 강의 진행이 가능하다.
기술혁신플랫폼부 관계자는 "물리적 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타 부서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부 직원들이 일정 인원비율에 맞춰 재택업무를 보게 되면서 직원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가 있었다"라면서 "이에 KB금융타운을 활용하면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화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포인트가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창구와 재택센터를 거치면서 기자는 고객과 고객에 대응하는 행원, 또 회사의 직원 입장에서도 아바타를 이용한 화상대화가 완전 대면과 완전 비대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메타버스가 비대면 대화나 전화통화에선 놓칠 수 있는 상대방의 미세한 감정, 대면 대화가 갖지 못한 공간의 자유의 빈틈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대강당' 공간에선 스크린 쉐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어 발표나 강의를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최근 이 공간에서 부서장 협의회를 진행했다. '게임고고' 공간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휴양지 콘셉트로 꾸며졌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 공간에서 윤진수 테크그룹총괄 부행장을 비롯한 테크그룹 임직원들이 상품권을 놓고 OX퀴즈 대결을 벌였다. 게임고고 외곽 해변가에는 직원들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불멍존' 스팟들도 자리한다.
최영배 부장은 "KB금융타운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금융 요소를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를 게더타운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실험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장은 "현재는 또 다른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의 주요 기능을 분석해 보면서 적합한 금융콘텐츠를 찾아보고 있으며, 가상현실 기기 활용. 메타버스 자체 플랫폼 개발도 구상 중"이라면서 "메타버스를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발굴에 국민은행이 끊임없이 주목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줄 요약>
KB국민은행에서는 KB금융타운이라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곳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하여 창구에서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놀라운건 앱 설치, 인증서 없이도 가입이 가능했던 것. 이 곳을 통해 임직원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회의가 가능하다. 앞으로도 메타버스를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계속 도전해나갈 예정이다.
<내생각>
메타버스를 통해 완전대면과 완전 비대면의 단점을 커버한 점이 인상 깊었다. 물론 화상 자체만으로는 대면 대화 만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사람의 제스쳐, 표정도 모두 아바타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업에서도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찬반>
메타버스 찬 : 메타버스는 역시 MZ세대들을 위한 기술인 것 같다. 기성세대는 아직까지 대면이 편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적응이 어렵다. MZ세대의 고객층을 잡기 위한 기술이지만 기성세대 또한 즐길 수 있는 가이드와 교육도 동시에 진행되면 모든 연령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반 : 이전에도 가상현실에 대한 서비스는 꾸준히 있었다. 메타버스를 처음 도입하는 지금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겠지만 코로나 이후까지 메타버스를 꾸준하게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사용자들에게 시선을 끌만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신기술에 대한 시도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